이스라엘 순례기 #9 예수님의 마을 - 카파르나움

2018-09-20 | 조회수 1663회


지난해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의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취재 관계로 스무 번 조금 안되게 뮤지컬을 봤던 것 같다. 뮤지컬 사도 베드로의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성지가 바로 카파르나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뮤지컬 사도 베드로갈릴래아 호수라는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성지들이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 위치한 까닭이다.

 


 

갈릴래아 호수라는 곡은 수험생 금지곡이라 생각한다. 한번 들어도 그 선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갈릴래아 호수를 부르짖으니 어찌 기억에 남지 않을까. 성경을 통해 그리고 뮤지컬 사도 베드로를 통해 무수히 들었던 갈릴래아 호수를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바로 이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부 네 사람을 첫 제자로 부르셨고(마르 1,16-20), 호수를 잔잔하게 하셨으며(마르 4,35-41), 물 위를 걸으셨으며(마르 6,45-52), 부활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셨다. 갈릴래아 호수는 생각보다 컸고 물결은 하프 소리 같이 잔잔하게 반짝이며 흘러갔다.

 

카파르나움 기념 성당 제대 뒤편으로 펼쳐진 갈릴래아 호수.

 

그런데 벅차오르는 것도 잠시.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었다. 카파르나움 입구를 향할 때부터 관리자들의 손짓과 눈빛에서 심상치 않았다. 일행들에게 촬영 장비를 문제 삼을 것 같다고 하자 큰 문제없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영어를 못 하니 눈치가 빨라졌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보이는 장비가 문제였다.

 


여기에 있는 모든 장비를 들고 순례를 떠났다. 이스라엘에서 나는 순례자이면서 기자였다.

 

결국 흔들림을 잡아주는 짐벌을 안내소에 맡기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말하지만 이스라엘 성지 순례 중 촬영에 관해 제약을 두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이었다.

 


카파르나움의 베드로 사도 동상.

 

어렵사리 카파르나움으로 들어왔다. 카파르나움에는 베드로의 집터 또는 베드로 장모의 집터로 추정되는 곳이 있다. 예수님 시대의 카파르나움은 갈릴래아 호수에 인접한 상업 도시로 그 길이가 1km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상업과 어업이 발달했던 곳으로 부유한 마을로 추정된다.

 

카파르나움 전경. 갈릴래아 호수를 배경으로 유적지와 성 베드로 성당자리하고 있다.



카파르나움 성 베드로 성당 전경.



카파르나움 성 베드로 성당의 외부 벽면 모습. 물고기 모양이 새겨져 있다.



카파르나움 성 베드로 성당은 베드로 사도 또는 그의 장모의 집터로 추정되는 곳 위에 지어졌다.

 


카파르나움에서는 5세기에 지은 팔각형의 성당과 그 한가운데서 가정집과 흡사한 2세기경의 경당 흔적이 발견됐다. 1990년 어선 모형의 베드로 사도 기념 성당을 유적 위에 지었다. 유적 보호와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특히 성당의 가운데에서 유적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카파르나움 성 베드로 성당 내부 모습. 가운데는 유리로 만들어 아래의 유적을 볼 수 있게 했다.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마태 11,23)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에서 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또한 가르침을 주셨고 바로 인근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행하셨다. 놀라운 기적과 복음 선포에도 불구하고 카파르나움의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카파르나움의 회당 모습. 회당의 크기와 장식 등을 통해 카파르나움이 부유한 도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파르나움은 부유한 도시였다고 한다. 물론 예수님 당시의 회당은 아니지만 큰 회당과 상당한 규모의 유적으로 미루어 보아 어업과 상업을 통해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이었기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니 마음 한쪽이 저려왔다.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됐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교회의 순례지에서 순례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회개에 필요한 힘을 되찾는 참된 안식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씀이 와닿는 장소, 바로 카파르나움이었다.

 


카파르나움에 전시된 연자매. 올리브유를 만들 때 사용하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죄 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내던져지는 편이 낫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의 무게가 연자매의 무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