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순례기 #10 갈릴래아, 바다와 같은 풍요로움

2018-09-21 | 조회수 1319회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부르기에 조금 부족해 보였다. 사막과 같이 황량하지는 않지만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태어난 기자가 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대추야자 나무와 강렬한 색상의 꽃들을 본다면 이집트를 탈출해 40년간 광야를 헤맨 이스라엘 민족들에게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바로 이곳이라는 것에 감격했을 것이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사해로 향하는 길의 풍경.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산과 대추야자 나무가 대비를 이룬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오늘날 조경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그 사업은 갈릴래아 호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4에 이르는 수량을 간직한 갈릴래아 호수. 최근 계속된 사업으로 갈릴래아 호수의 수면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갈릴래아 호수와 요르단강에서 농·산업 용수와 생활용수를 끌어다 쓰면서 사해로 흘러가는 물이 줄어들었고 2050년에는 사해가 말라버릴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으니 물이 정말 귀한 나라이긴 하다.

 

갈릴래아 호수 주변의 마을. 예수님 시대나 지금이나 갈릴래아 호수 주변으로는 마을이 많다.

 

다른 지역에서는 물이 귀하지만 이곳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고기가 많이 잡혔기에 갈릴래아 호수 주변으로는 마을이 많이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그 마을들을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선포하셨다. 이번 순례기는 갈릴래아 호수 주변의 성지들과 명소를 소개한다.

 

■ 노를 저어라 어기여차

 

갈릴래아 호수를 지나가는 배. 이 배는 예수님 시대의 배와 같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숙소 인근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 인근을 돌아봤다. 순례기를 쓰면서 반복되는 표현이 있다. ‘설렘이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배를 타기 전에도 그랬다. 물론 성지는 아니지만 예수님의 흔적이 묻어 있는 바로 그곳 아닌가.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이동하시기도 했고 거친 바람과 파도를 잠재우시기도 했으며, 물 위를 걸어 제자들을 향해 가셨던 곳이 바로 갈릴래아 호수이니 말이다.

 

갈릴래아 호수 관광배의 뱃머리 모습.

 

이곳 호수에서 영업 중인 관광배들은 생각보다 크다. 20~30명 정도가 한 번에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수님 시대의 그 배의 모양이라고는 하지만 노를 젓는 것도 아니고 파도가 센 것도 아니어서 그냥 관광 나온 것 같았다. 물론 선상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를 바치는 순례자들은 그 의미와 감동이 달랐겠지만 기자에게는 그랬다. 거기에 중국 순례자들이 배를 탈 때는 중국의 국기가 걸려 있다가 우리가 타자 태극기를 바로 거는 선원의 손놀림도 너무 익숙했다. 더욱이 갈릴래아 호수 한가운데서 이스라엘 선원(유다인으로 추정되는)이 부르는 주만 바라볼지라는 뱃놀이 나온 관광객의 마음을 더욱 갖게 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순례와 관광의 차이는 바로 기도이다.’

 

 


 

예수님 시대의 어선. 갈릴래아 호수 바닥에 2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배다.

 

선원의 유창한 한국 성가를 뒤로하고 우리가 찾은 곳은 예수님 시대의 어선이 전시된 박물관, 이그알 알론 센터(YIGAL ALLON CENTER)였다. 이 배는 극심한 가뭄으로 갈릴래아 호수의 수면이 낮아졌을 때 진흙 속에서 발견됐다. 2000년 전의 목선으로 예수님께서도 이런 모양의 배를 타고 복음을 선포하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수님 시대의 어선이 전시된 이그알 알론 센터(YIGAL ALLON CENTER) 전경.

 


참고로 이 배가 전시된 이곳의 기념품 가게는 한 번쯤 들릴만하다.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는 성지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곳들을 소개한다.

 

 

■ 베드로 수위권 성당

 

 

부활하신 그리스도 발현 기념 성당이라고도 불리는 베드로 수위권 성당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신 곳이다. 또한 베드로 사도에게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라고 하시며 베드로 사도에게 수위권을 주신 것을 기념하는 곳이기도 하다.

 


베드로 수위권 성당 내부. 성당 제대 앞 그리스도의 식탁(MENSA CHRISTI)이라 불리는 이 바위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신 곳이다.

 

이 성당 안에는 그리스도의 식탁이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바로 이 바위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빵과 물고기를 드셨던 곳으로 불리는 바위다. 예수님의 흔적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지순례의 기쁨이자 은총 아닐까.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서 바로 앞은 갈릴래아 호수가 펼쳐진다.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갈릴래아 호수에 발을 담글 수 있다. 아마 저 호수 어딘가에서 베드로 사도가 고기를 잡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던 중 주님이십니다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지 않았을까. 제자들의 배가 뭍에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었다고 성경은 전한다.(요한 21, 8) 베드로 사도는 그 거리를 헤엄치고 허우적거리며 달려왔을 것이다. 기쁜 마음은 달려오는 동안 바뀌었겠지. 예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기 전에는 그저 묵묵히 예수님께서 주시는 물고기를 받아들고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 설치된 동상.

 


■ 빵의 기적 기념 성당

 

빵의 기적 기념 성당 모습.

 

빵의 기적 기념 성당은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 배불리 먹이신 놀라운 기적의 현장이다. 제대 바로 앞 모자이크는 비잔틴 시대의 것으로 자세히 보면 물고기 두 마리와 네 개의 빵이 새겨져 있다. 왜 네 개의 빵일까? 그 이유는 바로 제대 위의 성체가 남은 빵이기 때문이다. 제대 앞의 모자이크뿐만 아니라 제대 오른편에도 모자이크가 있는데 비잔틴 시대의 성당 바닥에 있던 모자이크라고 한다.

 

제대 앞 물고기와 빵 모자이크.

 

현재의 성당은 1982년에 지어진 것으로 성당 안의 공명이 잘 이루어져 미사를 봉헌할 때 별도의 마이크가 없어도 소리가 잘 전달된다고 한다. 단순하면서도 예수님의 기적을 묵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빵의 기적 기념 성당 내부 모습.

 


■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 전경.

 

빵의 기적 기념 성당에서 눈길을 돌리면 언덕 위에 팔각형 돔으로 된 성당을 볼 수 있다. 이 성당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행복 선언(마태 5,3~10)을 기념하는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이다.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 내부 모습. 제대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되어 있다.

 

팔각형으로 건립된 이 성당 내부에는 제대를 중심으로 둘러앉을 수 있게 된 구조이며 창문을 통해 갈릴래아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제대와 성당의 구조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어서 흥미로웠고 특히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다. 또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갈릴래아 호수는 장관이다.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 외부 모습. 아름다운 꽃과 함께 저 멀리 갈릴래아 호수가 보인다.

 

이 성당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수천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어떻게 전달됐을까 하는 것이었다. 음향장비가 없던 시절에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생각했었지만 이곳의 지형은 소리가 잘 전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처럼 나무나 숲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은 군데군데 나무도 있고 풀도 있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돌과 고운 모래로 되어 있는 산이었기에 예수님의 말씀이 잘 들렸을 것이라 추정된다.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이 위치한 산에서 내려오는 길. 이곳 어딘가에서 예수님께서 행복에 관해 말씀하셨을 것이다.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에서 산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바람 소리를 따라 예수님의 말씀이 들려오는 듯했다.

행복하여라. 그런데 너는 행복하니?”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